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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증명하는 과정

14분 분량

이번 포스팅에서는 AI 가 빠르게 바뀌는 지금, 필자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뒤처진다고 느끼는 개발자라면, 필자가 어떤 기준으로 집중할 것과 지켜볼 것을 나눴는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적으면 필자는 AI 로 결과를 얻는 것보다 추론과 논리로 생각을 증명하는 과정을 먼저 다지기로 했다. 기술 스택을 넓히는 것보다 사고하는 능력과 판단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AI 가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지금 우선순위를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프론트엔드 기술 스택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익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사고의 아키텍처

무언가를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응용할 때는 수많은 사고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돌아간다.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모으고, 가설을 세우고, 여러 선택지를 비교한 뒤 판단에 이른다. 여기서 효율적인 결론에 닿으려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생각의 방향을 검증하고, 처음 세운 목표와 계획을 기준으로 생각의 흐름을 조금씩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사고에도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방향을 정하고, 중간중간 가설을 검증하고, 필요하면 접근 방식을 고친다. 이런 사고 체계를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반복할 수 있다면,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을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로 나누고, 그 기간에 집중할 것과 꾸준히 관심만 둘 것을 분명하게 가르려고 한다. 프론트엔드, AI, 엔지니어링, 철학, 인문학처럼 분야별로 관심사를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각 분야를 얼마나 공부하느냐가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떤 사고 과정으로 잇고 실제 문제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다. 그 기준으로 보면 필자가 집중할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 사고 과정을 기술적으로 구체화하기: 문제를 보는 관점, 원인을 분석하는 방법, 기술 선택의 트레이드오프, 의사결정의 근거를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그 접근을 골랐는지 설명하고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원리를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필자의 직업적 경쟁력은 여기서 나온다고 본다.
  • 그 사고를 더 효율적으로 해내는 방법 익히기: 집중력, 시간 관리, 학습 방법론, AI 활용, 정보 관리, 반복 작업 자동화가 여기에 든다. 지금으로서는 직업 그 자체라기보다 직업적 퍼포먼스를 받쳐 주는 기반에 가깝다.

두 방향은 학습 주기부터 다르게 다뤄야 한다. 사고력과 집중력을 위한 습관은 3개월, 6개월처럼 기간을 분명히 정하고 집중해서 훈련해야 한다. 짧은 기간이라도 의식적인 반복과 피드백이 쌓이면 충분히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반면 도구를 잘 쓰는 일이나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일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꾸준한 팔로업이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전부 깊게 배우기보다, 지금 필자가 가진 문제를 푸는 데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고 골라서 받아들이는 편이 맞다고 본다.

그렇다면 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엔지니어링 역량을 높이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따져 보면 조금 다른 답이 나온다. 필자에게는 금전적인 목표가 있다.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그 위에서 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거나 새로운 선택지를 갖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의 직업과 주어진 시간에서 최대한 높은 효율과 퍼포먼스를 내는 일이다. 직업적 역량을 높이는 것도 결국 이 목표와 이어져 있다.

기술을 많이 아는 사람보다 기술을 이해하고 알맞게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을 빨리 처리하는 사람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더 나은 해법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역량이 쌓이면 직업적 성장뿐 아니라 앞으로 필자가 고를 수 있는 기회의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것이다.

뒤처진다는 느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 를 비롯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많은 사람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새로운 흐름에 계속 올라탄다. 때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하기보다 올라타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반대로 새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뒤처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면 어떨까? 필자가 정말 뒤처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속도와 방향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변화에 무관심해지자는 뜻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산업 구조의 변화는 분명 중요하다. 다만 모든 변화를 같은 무게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기술적인 격차는 최신 기술을 먼저 접했느냐로만 생기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문제를 풀어 본 경험, 지식을 쌓고 응용하는 능력에서 장기적으로 더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 AI 공부에 깊이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필자가 AI 를 공부하기 시작하면 분명히 거기에 빠져들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지켜 온 집중 대신 폭넓음이라는 선택지를 반복해서 고르게 될 것 같다. 그런 선택을 되풀이하는 데 대한 회의감 때문에, 이번에는 그 선택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는 필자가 뒤처졌다고 말할 수 있고, 누군가는 충분히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제는 그런 비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고른 방향에 근거가 있고, 그 방향으로 꾸준히 자라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더 나은 판단

이번 연말에 이루고 싶은 것은 기술적 성장만이 아니다.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효율적인 결론에 닿는지에 대한 필자만의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 사고 과정 훈련: 문제 정의, 가설 수립, 검증,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훈련한다.
  • 기술적 깊이: 기술을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리와 구조를 이해해서, 선택의 근거와 트레이드오프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간다.
  • 집중 환경과 루틴: 깊은 사고를 이어 갈 수 있게 집중 환경과 학습 루틴을 만든다.
  • AI 와 자동화: 적극적으로 쓰되, 사고 자체를 맡기지 않고 사고의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쓴다.

필자는 여전히 T자형 인재라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분야에서는 깊은 전문성을 갖추고, 다른 분야에서는 폭넓은 지식과 관점을 갖추는 것이다. 다만 이제는 지식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데서 한 걸음 더 가고 싶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얻은 지식을 잇고,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고, 필자만의 판단 기준으로 키우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프론트엔드 개발을 잘하고 싶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본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더 높은 수준에 가고 싶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술로 문제를 정의하고,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에 관심이 있었다. 결국 필자가 키우고 싶은 것은 특정 기술에 묶인 역량이 아니라, 기술을 매개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문제를 푸는 능력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은 지금 그 능력을 가장 많이 쓰고 키울 수 있는 직업이자 환경이다. 그래서 지금의 직업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

AI 가 발전하고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알맞은 해법을 고르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필자는 모든 변화에 올라타는 사람보다,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고르지 않을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필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지금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성장 방향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의 속도 때문에 조급하다면, 지금 고른 방향에 근거가 있는지부터 한 번 적어 보길 권한다. 근거가 있다면 다른 사람의 속도는 생각보다 덜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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